평균 출근시간 58분으로 OECD국가 중 가장 길어
"돌아다니며 먹는 것 안돼" 체면 따지는 문화도 한몫
아침7시 신도림역. 말 그대로 전쟁이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으려는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뒤엉키면서 2호선 지하철 안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한쪽에서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지하철에 오르려는 이들이 밀기 시작하고, 안에서는 "그만 좀 밀어라" "타지 말라"고 외친다. 온갖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감정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익숙한 우리나라의 아침 풍경이다. '여유'라는 말이 익숙한 미국이나 독일·프랑스·캐나다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 아침에는 '아침 식사'뿐만 아니라 출근하는 사람의 미소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침에 직장인의 여유가 사라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긴 출근시간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출근시간은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OECD 국가 평균(28분)의 두 배를 웃돈다. 출근 소요시간이 가장 짧은 노르웨이(14분)보다 무려 4배 더 걸린다. 이웃 나라 일본(40분)은 물론 미국(21분)과 영국(22분), 프랑스(23분), 독일(27분), 이탈리아(34분), 호주(25분)보다 길다. 일도 가장 많다.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일본보다 418시간, 미국보다 373시간, 독일보다는 무려 770시간 더 일한다.
여기에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도 아침 식사와 멀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 출근시간에 간단히 머핀이나 토스트를 먹으며 걷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려서부터 "음식을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교육 받다 보니 길거리에서 빵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 입사한 한 직장인은 "학창 시절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를 할 때만 해도 등교하면서 토스트 등을 먹었다"며 "당시 거리에는 비슷하게 아침 식사를 챙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장인들로 꽉 찬 버스나 지하철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주변에서 이상하게 봐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게 습관화됐다"고 덧붙였다.
빈속을 커피로 달래며 온종일 일에 매달리다 보니 효율성이 오를 리 없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 2012년 OECD 자료를 토대로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30.4달러로 34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란 근로자가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미국(65달러)이나 독일(59.2달러)보다 일을 더하고도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훨씬 적다. 아침 없는 아침이 '공복→폭식→비만→성인병'이라는 건강상 악순환은 물론 빈속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일의 능률마저 떨어뜨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심희정차장(팀장)·안현덕기자
이지성·이수민·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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